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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얼빈》 영화 리뷰

by 물만난루시퍼 2025. 5. 17.

하얼빈

《하얼빈》은 2024년 개봉한 한국 영화로, 1909년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의거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실화 기반 역사 액션극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단지 ‘의거를 영화화한’ 역사극이 아니라, 하나의 인간 안중근, 그리고 조국을 위해 살아간 청년들의 뜨거운 선택을 정제된 영상과 깊은 감정선으로 그려낸 작품입니다.

안중근을 신화가 아닌 인간으로 그려낸 영화

《하얼빈》은 우리에게 익숙한 의사 안중근의 ‘하얼빈 역 의거’를 중심으로 하지만, 이 인물을 다룬 방식은 기존 역사극과는 다릅니다. 그를 성인군자나 영웅으로만 그리지 않습니다. 청년 안중근(현빈 분)의 고뇌, 가족에 대한 애틋함, 동지들과의 유대, 죽음을 앞둔 결단의 순간 등을 섬세하게 담아내며,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의 면모를 진지하게 조명합니다.

영상미와 리듬이 돋보이는 역사극

《하얼빈》은 역사극임에도 불구하고, 지루하거나 설명 위주로 흐르지 않습니다. 오히려 첩보극과 누아르를 결합한 듯한 연출이 돋보이며, 긴박한 전개와 세련된 영상미가 관객의 몰입을 이끕니다. 영화의 배경은 1909년 만주 하얼빈과 조선,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까지 광범위하게 이동하며, 각국의 정치적 긴장감이 시각적으로도 잘 표현됩니다. 촬영감독은 푸른 안개와 새벽빛을 활용해 감성적이면서도 차가운 시대의 분위기를 구현했으며, 총격, 도주, 심문 등 액션 장면은 실제 긴장감이 느껴질 만큼 현실적이고 정제돼 있어 과장되지 않은 리얼리즘을 강조합니다.

의미와 여운: 지금 우리가 되새겨야 할 이야기

《하얼빈》은 단지 100년 전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영화가 아닙니다. 이 영화는 지금 이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집니다. - “당신이라면 조국을 위해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 “신념을 지킨다는 것은 어떤 희생을 의미하는가?” - “개인은 역사 앞에서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가?” 이러한 질문은 단순히 민족주의나 애국심의 고취가 아니라,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인간이 감당해야 할 가치와 책임에 대한 깊은 통찰로 이어집니다.

《하얼빈》은 교과서가 아닌 감정의 언어로 역사를 전하는 영화입니다. 단순히 ‘안중근이 일본 장군을 저격했다’는 사실이 아닌, 그 선택을 하기까지의 고민, 함께한 사람들, 시대의 공기까지 담아낸 이 영화는, 역사를 새롭게 해석하는 방식의 모범이자, 영화가 할 수 있는 가장 진지한 사명을 보여준 작품입니다.